지인이 같이 장 보러 갔을 때 추천해 준 메뉴가 있다
인도미의 미고랭 라면을 추천해 주길래, 미고랭은 명성으로만 익히 알고 있었고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동남아 음식을 잘 모른다
가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걸 먹어본 적도 거의 없다
그래서 기대감에 사봤다
우선 5팩이 들어있다
5개나 4개씩 넣는 건 전 세계적인 국룰인가 보다
UN에서 그렇게 정하라고 규정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내용물의 무게가 가히 가관이다
85g 이면 라면의 국물과 면을 합치면 거의 1/8에 달하는 무게다
비빔면 두 개에 계란까지 넣어먹는 나로서는 양에 만족을 못 할 거 같다고 직감했다
안의 내용물은 이러하다
구성이 다양하다
그리고 면이 작다
옛날 매점에서 150원에 팔던 라면깡과 같은 사이즈다
인도네시아가 언제 한국의 과자 패키징을 베낀 건지 모르겠다
한 개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을듯한 양이라 세 개를 끓였다
면을 끓이는 동안 안에 있는 패키징을 접시에 미리 담아두라고 일러주는 친절한 설명서를 따라 미리 담아주었다
패키징을 여는 순간 느낀 점은 미고랭 라면에 인도차이나반도를 담아놓은 듯한 향과 어마어마한 조미료의 향이 느껴졌다
이제 이 요리는 실패하려야 할 수가 없다
왜냐?
msg를 먹고도 맛이 없다 하는 자를 본 적이 없다
이 집 msg가 많이 들어가네라고 하는 사람은 봤어도, msg가 많이 들어가 맛이 없네라고 하는 사람은 못 봤다
면을 삶을 때 젓가락으로 휘저어주려다, 한국의 쇠젓가락은 인도차이나를 옮겨온 이 제품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무젓가락으로 휘저어 주었다 (일회용 말고 다이소에서 1000원 주고 산 거다)
면을 3분간 삶고 체에 걸러 미리 덜어둔 소스에 넣어준다
그리고 열심히 휘적휘적, 짜장면 저어주듯이 열심히 저어준다
이때 느낀 점은 물은 조금 남겨 놓고 살짝 면수를 부어줘야 할 거 같다
금방 떡이 진다
다 섞어 놓으면 팔도 비빔면의 카레 버전처럼 생겼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이대로라면 나중에 셰프의 신이 나타나 '플레이팅이 뭐 이따위야!'하며 나의 뺨때기를 세게 후려칠 거 같아 대안을 찾았다
계란 후라이다
흰색과 노란색이 다 올라갔고 색채를 더해주었으니 셰프의 신에게 뺨때기를 맞아도 나는 노력했다고 반박은 할 수 있을듯하다
그렇게 한입 먹자 이번엔 맥주의 신이 나를 불렀다
'이 새끼가 미고랭을 처음 먹어보고는 그냥 이렇게 넘어가겠다고? 맥주는 어딨어? 으이?' 할법한 맛이 내 입안에서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렇다
맥주가 필요했다
그래서 맥주도 따랐다
적어도 지옥에서 반론할 거리는 생긴듯 하다
음식 남기면 지옥 간다고 하지만 못 먹는 요리를 내면 못 먹는다
하지만 나는 다 먹었다
왜냐?
맛있다
쥰내 맛있다
맥주랑 잘 어울리고 적당히 맵고 적당히 달고 적당히 고소하고 적당한 msg의 조화다
역시 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음식인듯하다
세계 1위 인스턴트 라면답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있다면 인도네시아는 사나이 귀화시키는 라면을 만들었다
'함 드셔 보이소, 츄라이츄라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미고랭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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